[여의도풍향계] 과거 공식 안 통하는 대선…與野 주자 모두 '딜레마'
[앵커]
정치권은 이제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돌입했죠.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번 대선에선 과거와는 다른 정치 지형이 빚어낸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한 걸로 보입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선.
선거 240일 전인 내일(1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됩니다.
여야 모두 이제 본격적인 대선 체제인데요.
하지만 이번 대선, 과거와는 문법이 조금 다릅니다.
최신 여론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 수행 평가, 여전히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견고한 콘트리트 지지층이 존재하는 겁니다.
과거 수치를 볼까요?
임기 5년차 1분기. 비슷한 시점을 놓고 비교해봐도 문 대통령이 상당히 높습니다.
임기말 찾아오는 권력 누수, 이른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민주당 주자들에겐 딜레마적인 상황입니다.
역대 대선마다 집권 여당 후보들이 폈던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 보수 정권 때도,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습니다. 저는 과거 정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진보 정권 때도 늘 후보들의 선택지였습니다.
국정에 대한 여당 공동 책임론에 선을 긋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하지만 전례없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선 섣불리 대립각을 세울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조금 더 높잖아요. 이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차별화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이죠."
오히려 친문 지지층을 더 끌어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데 답이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
하지만 본선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보선 이후부터 이어져온 여론조사 추이로 보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정권유지를 바라는 여론보다 더 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보에만 집중했다간,
자칫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와 탈진보 표심을 잡는 데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야권도 유례 없는 상황입니다.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 늘 당내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야권 선두 주자는 당 밖에 있습니다.
항상 거물급 인사가 당을 장악하고 후보가 되던 보수진영.
지금의 상황은 한 번도 못 겪어본 일입니다.
무대에 오를 주요 배우가 극장 밖에 있는 셈인데, 정시에 막을 올리는 게 맞는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장외 대장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뿐 아니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야권 경선 레이스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밖 '블루칩'들을 모두 정시에 경선버스에 태우겠다고 공언했는데,
"저는 상식선에서 당연히 탑승할 거라고 봅니다…제3지대 아니면 탑승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그 부분은 오해가 없다고 봅니다."
바람대로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장외 주자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광야에 홀로 머물기보단 제1야당의 든든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자릿수나 되는, 노련한 당내 주자들과 맞붙는 건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의 계속된 입당 러브콜에도 윤 전 총장은 시간을 더 갖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방위 검증 압박에도 야권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만큼, 당장 입당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 머물며 몸집을 불린 뒤 11월 쯤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시나리오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선 버스를 타고 동행하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길 원하는 건지…최종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할 때 그때 가서 단일화를 하려 하는 것인지 그건 윤석열 전 총장 개인의 결심에 달렸다…"
변수도 있습니다.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원내 세력이 그를 중심으로 집결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일각에선 반대로 4·7 재보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처럼,
국민의힘 밖에서 여러 장외 주자들이 경쟁하며 판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실현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모두 보수 야권의 대선판에선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여당과 야당 모두 과거의 공식이 먹히지 않는 대선을 치르게 됐습니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큽니다.
대선까지 남은 240여일 동안 펼쳐질 레이스는 그 결말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예측 불허의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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